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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 보장이 고교학점제 성공의 관건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3/11 [16:25]

[기고]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 보장이 고교학점제 성공의 관건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입력 : 2021/03/11 [16:25]

 

▲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교육부가
2025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시도교육청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하여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부분적으로 적용한다고 해서 학교들도 준비에 바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기초소양과 기본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 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이 제도를 실제 운영하는 데는 여러 문제점도 예상되고 있어 보다 정교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첫 번째 문제는 현재의 교사 수와 교실 수만으로는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에 맞는 과목을 아쉬움 없이 개설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라고 그럴듯하게 타이틀은 걸었는데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이고 3개 학년에 학년당 12개 학급, 36개 학급이 있는 고등학교가 있다고 치자. 물론 교사 수도 교실 수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전체 36학급의 범위 내에서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듯 하다. 만약에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었을 때 학급당 30명 이상의 희망 학생이 없는 경우는 개설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냐하면 교실도 36개밖에 없고 교사도 36명이 수업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학생이 선택한 과목은 부득이 개설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생 선택에 따라 강좌 수를 늘리면 그 만큼 교사와 교실이 더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학생 선택권이 보장되려면 지금의 교사로는 역부족이고 교실 수도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이다.

 

교사 부족문제와 시설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의 여러 대책이 나와 있지만 이런 방법도 학생 생활지도 등의 문제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특히 학교간 거리가 먼 농산어촌의 경우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따라서 우선 교원 확충부터 이뤄져야 한다. 복수자격교원 우대도 좋고, 다과목 개설 교원 우대도 좋지만, 교원들의 평균 시수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교원의 수업 시수를 일정시간 이하로 낮추어 주어야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도 가능해 질 것이다.

 

시설 확보도 시급한데 교육부는 학령 인구가 줄고 있어 장차 고등학교도 학생 수가 줄 거라며 그때까지 견디자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등으로 나라의 경제 사정도 어려운 때라 대폭적인 교육시설투자가 어렵다면, 학교시설 투자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하고 그 때까지라도 고교학점제를 미루는 것도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재이수를 시켜야 맞겠으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낙인효과를 주어 왕따 등 또 다른 학교폭력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고, 학교내에서도 그들을 위한 특별과정을 개설해야 한다면 그 만큼 수업시간 가중 등 교원들의 업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거치면서 기본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와서야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장의 의견을 많이 수렴한다고 하고 있지만, 수렴은 수렴이고 결론은 역시 예산 상황이 어쩔 수 없다라고만 반복해서는, 교육현장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 주기 바란다.(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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