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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 곁으로…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4/30 [08:39]

의사는 환자 곁으로…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4/04/30 [08:39]

 

 

어쨌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흥정하는 것은 나쁘다. 생명은 빈부를 막론하고 소중한 것이다. 지금 국가 의료의 흥망과 환자 생명이 의료계 선택에 달려 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의료계의 현명한 선택만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대란으로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슴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한마디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져가고 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을 각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증원 백지화를 고집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자율 결정 방안으로 한 발짝 물러났지만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의협은 타협의 여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임 차기 의협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려면 보건복지부 장, 차관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며 관련 공직자 경질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빅 5인 서울대 등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30일과 53일부터 주 1회 셧다운(휴진)을 결정했다.

 

의대 교수들이 낸 집단 사직서는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25일을 기점으로 사직이 현실화되지 않아 다행스럽다. 매주 1회씩 진료 셧다운에 들어가게 되면 응급·중증 입원환자를 제외한 일반환자의 개별진료 중단에도 타격이 심할 것이다.

 

이 같은 대응 방식의 협상은 회사를 압박하는 강성노조의 행태를 연상케 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의료계가 기존 원점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오만과 불통을 국민들이 계속 용납할 것이라고 보는가?

 

환자의 생명이 달린 급박한 시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 게다가 셧다운까지 선언했으니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는가? 그렇지는 않겠으나 진료 셧다운이 전국 병원 곳곳으로 확산된다면 어찌하나 하는 걱정으로 가득하다.

 

이미 지방의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 등에서도 주 1회 진료 중단을 밝힌 상태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병원 상황에 맞춰 다음 주 중 하루를 휴진키로 결정하고 세부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병원이 전국에서 20곳으로 불어났다.

 

동시다발의 셧다운이 부를 환자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회 진료 중단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면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는 반토막이 나고, 수술이 취소된 암환자들의 고통은 말이 아닐 것이다. 아직은 별다른 사항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실행에 들어가면 병원과 의사를 찾지 못해 길에서 목숨을 잃는 사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의사란 존재 이유가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가 정책을 바꾸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버티면 결국 정부가 무릎 꿇을 것이라는 과거 경험을 지금도 믿고 있다는 말인가?

 

기득권에 밀려 수십 년간 정체된 의료시스템을 대수술 하는 것이 의료개혁이다. 번번이 실패했던 개혁이 또 좌초된다면 이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개혁은 국가적 과제다. 의사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의료대란 가능성만 커진다.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면 결과는 파국으로 몰고 가 어떠한 명분으로도 의료파행 사태를 진정시키기는 힘이 든다. 의료계는 의료 체계의 파국을 막을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찾아 제시하는 유연한 행보를 보여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무조건적 의대 증원 철회만 주장하지 말고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 힘들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 의료가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지기 전에 의사들 내부에서도 합리적인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당장 다음 주 출범하는 의료개혁특위에 참가해 실마리를 풀어주길 바란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사단체들이 외면한 채 출범했다. 전체 27명의 위원 가운데 의사단체 추천 위원 3명의 자리를 비워 놓았기 때문이다. 의료개혁 과정에서 이견이 있다면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해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의료계는 의료개혁특위의 취지마저 무시하는 행태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가 무조건적인 의대 증원 철회만 주장하지 말고,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대화의 장에 나와서 적절한 의대 증원 수치가 얼마인지 근거를 제시하고, 정부와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한 벼랑 끝 협상 전술은 어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는 간절한 호소에 의사가 환자를 돌보지 않겠다는 처신이 어찌 환자를 위한 것일까?

 

의료계는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결론이 될 수 없다의사들은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정부가 백기 투항할지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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