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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먹이자!

조영종(前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편집부 | 기사입력 2021/12/02 [17:41]

[기고]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먹이자!

조영종(前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편집부 | 입력 : 2021/12/02 [17:41]

 

▲  조영종(前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오래전 천안부성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밥 먹는 실태를 파악해 본 적이 있다. 22% 정도인 100여 명의 학생이 아침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적지 않은 학생은 자신이 먹기 싫어서 이거나 늦잠 자고 일어나 먹을 시간이 없어서 굶는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50여 명의 학생은 아침을 먹을 대책이 없는 학생들이 있었다. 연로하신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이른 시간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지 못하신다던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직업상 며칠씩 못 들어오시는 경우에 아침 시간에 아이들끼리 밥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굶는 경우와 같이 아침밥을 못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 앞 식당의 협조를 얻어 아침 등굣길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못 들어오던 학생들을 식당 앞에서 직접 안내하는 학교장의 성의가 고마워서였는지 얼마 안 가서 정착되었다. 식사비용은 지역사회 어른들의 학교발전기금으로 충당하였는데 취지를 이해하고 선 듯 동참해주신 분들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천안오성고로 옮겨서 역시 아침밥 먹기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아침밥을 굶고 있었다. 물론 중학생들보다 더 많은 숫자가 본인이 여러 가지 사유로 자발적으로 굶고 있었지만, 역시 도저히 아침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꽤 많았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의 아니게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재직기간 중에는 해결을 못 하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 놓은 채 몇 차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펼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학교는 안전하게 잘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즐겁게 공부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중에 잘 먹는 문제는 학교급식이 무상으로 전환된 이후 전적으로 학교와 교육 당국의 책임이 되어 버렸다. 물론 지금은 점심 식사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정도여서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는 본인들과 부모님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중 아침 식사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봐도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어렵게 깨워서 교복 입혀 학교 보내는 것만도 빠듯한데, 아침 식사까지 챙겨 먹여 보내려니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거르고 가는 일이 반복되거나 아예 아침은 거르는 것으로 습관화된 학생들이 늘어나게 된다.

 

굶은 채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힘들게 발걸음을 떼는 자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오전 내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무상이면 더 좋겠고, 아니면 실비만 받고라도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학생도 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도 자녀들의 아침 식사 챙기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아침 식사가 가지는 건강상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다. 교육 당국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제도마련에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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