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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실(失)보다 득(得)이 큰 선택은?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6/10 [07:58]

대통령의 실(失)보다 득(得)이 큰 선택은?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입력 : 2021/06/10 [07:58]

 

 



역대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로 불러 회동을 했다. 이때마다 재계는 누가 초청 대상이고 어떤 주문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심지어 누가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통령과의 거리를 '권력과의 거리'로 인식할 정도였으니 행여 초청 대상에서 빠지면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4대 그룹 총수와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 기업인들을 초청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4대 그룹과 별도 간담회를 갖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가장 큰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다.

 

4대그룹 총수와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재계의 사면 건의에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우호적인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오너들을 초청한 것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4조원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한 격려 차원이다.

 

4대 그룹의 대미 투자는 한·미 동맹을 글로벌 안보·경제·기술 동맹으로 발전시킨 밑거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4대 그룹과의 간담회는 서로 듣기 좋은 덕담만 나눈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 앞에서 애로 사항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총수와 대표들로 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된다는 진정성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그룹 총수와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면을 고려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앞서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와 종교계 등에서도 요청한바 있다.

 

또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민들이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크게 분노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경제와 기업을 걱정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 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으로 사면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사면에 대해서는 형평성,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에 비하면 "고충을 이해한다"는 발언은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 해주신 덕분에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보면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면에 관해 지금까지 한 말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라고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인 반면 몇몇 반대 여론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면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의 경우는 '국민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점,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보다 득이 큰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여론들을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넘어야 할 벽 또한 만만찮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나 경영권 승계 과정과 관련된 뇌물공여, 분식회계, 배임 등 여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같이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들을 안고 있는 탓(?)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된 지 5개월이 다 돼 간다.

 

그런 사이 세계 반도체 산업은 사활을 건 전쟁이 치열한데 삼성전자는 지휘관이 없이 전투에 임하고 있다는 현실이 불안스럽다. 물론 재벌 기업 총수라고 해서 법망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의 생존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의 매듭을 푸는 계기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광복절 사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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