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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구병촉 (昏衢秉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안창옥

편집부 | 기사입력 2023/07/18 [08:19]

혼구병촉 (昏衢秉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안창옥

편집부 | 입력 : 2023/07/18 [08:19]

 

 

혼구병촉(昏衢秉燭). 어렵고 생소한 사자성어이다. 시대와 가치의 변화에 따라 시자성어의 의미도 바뀐다고 하지만 어두움 속에서 촛불을 잡는다는 의미의 혼구병촉. 불안하고 어지러운 이 시대가 바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해솔문화다큐재단에서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지역의 역사인물 홍대용, 박문수, 충청 오현 등을 선정하여 선양하는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여 왔다. 지역 언론 등에 보도되기도 하였지만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끝난 감이 있어 앞으로는 최근세 인물로 우리 주변에 있는 아직 생존해 있는 분을 포함하여 계속하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첫째나 둘째로 꼽는 위인들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백의종군으로 목숨까지 모든 것을 바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오늘의 세계적인 우리 K-문화 기초를 다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문무를 대표하는 나라와 민족에게 영원한 한줄기 찬란한 빛이 되신 분들이다.

 

앞으로 세미나 선양대상 인물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 최근세 인물 열 분 정도를 선정하려 한다. 어떤 분을 선정할지 곰곰이 고민해 본다. 정치 분야에서 고종 임금과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경제 분야에서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회장을 꼽는데 별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문화 분야에서 서너 분 꼽으라면 인촌 김성수, 강석규 호서대 설립자, 이어령 교수, 김형석 교수를 선정하고 싶다. 물론 누구는 어떤 허물이 있어 부적합하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설령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라도 필자 나름대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치우침이 없이 선택한 분이다.

 

모두 열분 중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분은 김형석 교수이다. 1920년 일제 강점기 시대에 태어나 공산치하에서도 살았고, 군사 독재 시대도 겪어 본 103세의 최고령 수필가요 철학자,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로 아직도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기를 넘은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역사, 현대사라는 사실이다. 그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로부터 평양 숭실중학교 동기동창 윤동주의 얘기를 듣고, 이 무렵 출옥 후 은거하던 도산 안창호에게 강연을 들은 사연을 알 수 있을까? 특히 소학교(창덕학교)선배인 김일성과도 만난 현대사의 산 증인이고 문화재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말이거나 지어낸 말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 소설가와 음악가 기념관은 있어도 철학자 기념관은 없다. 이북이 고향인 철학자를 위해 이북이 가까운 양구에 기념관을 짓겠다는 제의로 양구 인문학 박물관에 <안병욱 김형석 철학의 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가지고 있던 도자기 600여점을 기증했다. 도자기를 모은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기독교 교회를 다녔고, 서양철학을 공부하여 한국적인 것보다 서구적인 것의 영향을 더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근대인으로 서고, 또 현대인이 되느냐가 큰 과제인데 한국의 도자기는 여백과 인정과 소박함이 있는 완전히 한국적인 것이라 믿고 우리 도자기를 사랑하여 모아온 것을 기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 업적을 떠나 꾸준히 다작을 하고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저술가로도 더욱 유명하다. 50여 년 전 1960년에 출간된 <고독이라는 병>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베스트셀러로 2만부가 팔려 화제를 모았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 수상집은 8만부( 현재까지 누계 60만부)가 나가는 히트를 쳤다. 최근 <100세를 살아보니>등 저서를 내고, 현재도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양구를 꼭 찾아 볼 생각이다. 이곳은 군 장교로 첫 부임하여 사십여 년 전 신혼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부대 입구 기와집인데 부엌이 흙으로 되어있어 시멘트로 수선한 나무를 때던 집이었는데 그대로 있을까?

 

양구 박물관도 들러 김 교수의 철학과 박물관 전시 내용도 꼼꼼하게 살펴볼 생각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그 지역의 미식을 즐기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데, 여름철 별미로 유명한 막국수도 오랜만에 맛보려 한다.

 

농업 분야에서 어두움 속에서 빛을 밝히는 농장으로 신문에 크게 보도된 곳도 찾아볼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최북단인 펀치볼에 조성한 사과 과수원을 찾아보는 다목적 추억과 탐구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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