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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菽麥)의 시대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 안창옥

편집부 | 기사입력 2022/11/30 [11:01]

숙맥(菽麥)의 시대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 안창옥

편집부 | 입력 : 2022/11/30 [11:01]

 

 

콩과 보리를 한자로 표기하면 콩 숙, 보리 맥 곧 숙맥(菽麥)이다.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런 숙맥!”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숙맥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일상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묻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라의 지도자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도 숙맥이 많은 현실이라 씁쓸하다.

 

숙맥들이 판치는 사회나 시대는 그 폐해가 상당히 크다. 건전한 상식이 설 자리가 없으니 비상식, 몰상식이 상식인양 행세하고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이나 유언비어로 혹세무민이 판치고 있어도 거짓말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사람들의 정신이 혼미하여 지고 있다.

 

최근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라고 말하면 없던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의미라는 말이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죽고 2세 호해가 황제의 자리에 있을 때 환관 조고가 사슴을 말이라고 하여 유래된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에서 보듯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는 극심한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런 환경에 살면서 사회가 심각한 병에걸려 있어도 이처럼 무감각해 졌는지 모르겠다. 상식과 정의가 갈 길을 잃어버리고, 생떼와 거짓이 판치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국민들이 이건 아닌데....”라면서 쳐다보고 걱정만 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의에 어긋나는 집단 이기주의는 반드시 공동체에서 심판받는다는 사실은 진리요, 절대적인 사회규범이다. 17세기 실학의 기초를 마련한 담헌 홍대용 선생은 백성을 홀리는 세 가지를 들어 경계했다.

 

집안이 망하려면 식욕과 색욕에 홀리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이익과 권세에 홀리고, 천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학설에 홀린다고 강조하였다. 집안이 망하는 것은 가장의 책임으로 가장이나 집안 식구들이 책임질 몫이니 논외로 한다.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집단 이기주의나 개인을 우상화 시키는 권세에 홀리지 않도록 특별히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야당도 과거 집권시 향수에 젖어서 의석수로 이기주의에 빠져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고, 여당도 권세에 홀리지 않도록 부단히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학설로 천하를 홀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지식인과 언론이 사명감을 갖고 감시하고 정론으로 나가야 하겠다. 국내외적으로 정말 어려운 때이다. 북한의 도발도 예사롭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미래 인구 감소나 환경문제, 교육개혁, 연금 개혁 등 전망도 어둡다. 해야 할 과제가 태산 같이 쌓여있고,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제는 제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도록 위정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 행동하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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