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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 안창옥

편집부 | 기사입력 2022/11/24 [09:42]

자작나무 숲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농업회사법인 해솔 어메니티 대표/ 안창옥

편집부 | 입력 : 2022/11/24 [09:42]

  

 

아내와 모처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일상에서 잠시나마 떠날 수 있다는 건 새로운 설레임이다. 영주 순흥 안씨 시조 추원단을 따로 버스로 이동한 종친들과 함께 참배하고, 한국의 알프스라 불려지는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청량산으로 이동하여 청량사를 찾았다. 차에서 내려 사찰까지 왕복 2.6 킬로미터의 산길을 걸어오는데 약간 힘이 들었으나 단풍을 밟으며 걷는 길이 여유롭다. 주위 산세와 환경이 아름다워 이곳에서 하루 쯤 시간을 투자하여 놀멍쉬멍 힐링하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숙소로 예약한 검마산 국립자연 휴양림에 어둑어둑할 즈음에 도착하였다. 소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책길이 인상적이었고 고즈넉하다, 방안에 누워서도 단풍을 보며 계곡 물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평화롭고 아름답다. 가끔 속세와 번거로움을 떠나 쉼과 여유를 찾아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휴양림에서 보내리라 다짐한다.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를 들으며 낙엽이 떨어진 고즈넉한 오솔길을 여유롭게 천천히 산책하였다. 아내도 기분이 좋은지 손을 잡고 걷기를 원하여 손을 잡고 걸었다. 평소와 달리 안하던 행동을 하려니 좀 어색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좋다면 그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숙소로 돌아와 간단하게 늦은 아침을 먹고 영양군과 산림청이 관리하는 죽파리 자작나무 숲으로 향했다.

 

특별히 휴양림 직원이 추천했고, 초등학교 친구도 꼭 들러 보라고 적극 권하였기에 가보고 싶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천천히 운전하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경관을 살핀다. 평소 보기 힘든 깎아지른 가파른 산세와 경관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도로는 뻥 뚫려 차량도 거의 다니지 않는 꾸불꾸불한 전형적인 산골 도로이니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아내는 강원도도 아닌데 산세가 너무 아름답고 험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는 너를 위해 있고 너는 나를 위해 있으니 우리가 되는 것” 이라는 신준환의 <나무의 일생, 사람의 마음> 구절을 소환하며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영양군청이라는 조끼를 입은 마을 주민이 호루라기를 불며 주차시키고 천막 안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 안내한다. 이미 10여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차나 도보로 갈 수 없고 전동차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유원지 등에서 볼 수 있는 긴 전동차가 도착하여 의자에 세 명씩 탑승했다. 8줄이니 정원이 24명인 것 같다. 전동차는 자갈이 깔린 좁은 길을 천천히 달리는데, 열 두 시가 지난 한낮이지만 바람이 쌀쌀하여 파카 모자로 얼굴을 감쌌다. 한 여름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이곳 산속에 들어가면 서늘하다는 동네 주민의 말처럼 깊은 산속으로 사람도 살지 않는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이 침투한 이후 띄엄띄엄 있던 민가를 마을로 철수 시켰다고 한다.

 

삽 십여 분을 달리니 나무의 신사로 불리는 흰색의 아름다운 자작나무가 보인다. 몇 그루가 아닌 수백 수천 그루의 하얀 숲이 보인다. 장관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특별한 숲 모습에 일행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 같이 “야!” 감탄사를 토해 낸다. 하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하늘을 향해 정열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 죽파리 자작나무 숲길은 1993년에 조성된 인공 조림지이다. 약 30ha면적에 12만 그루의 자작나무 군락으로 국내 최대 규모 자작나무 숲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인제 원대리 숲보다 세배나 큰 규모라 하는데, 아직은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고즈넉하다. 내년 2023년 정식 개장을 앞두고 숲길을 연결하고 이정표를 보강하는 등 준비 중이라 한다. 일행들은 연신 카메라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바쁘다.

 

자작나무는 나무의 신사라고 일컬어진다. 하얀 외모에 쭉쭉 뻗은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영하 20~30도의 혹한을 견디는 강한 나무이기도 하다. 특징은 자라면서 줄기의 아래쪽에 붙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리며 성장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부분과 스스로 이별한다는 것은 슬픈 것이나 대부분의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던져 버린다. 그러나 자작나무는 가지마져 떨구니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교훈을 주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꼭 들러보라는 친구에게 인증사진과 사랑하는 아들, 며느리에게 사진을 보내려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산세가 너무 험해 통신 불가 지역이란다. 이런 색다른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고 자유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영양군은 산림 면적이 6.5만 ha로 군 면적의 81%이고, 국 공유림이 4.1만 ha로 63%를 차지하고 있다. 영양반딧불이 천문대와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 두들. 주실 마을 등 자연, 역사, 문화 등의 다양한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나 대도시와 거리가 멀어 아직 청정 지역으로 남아 있다. 내년부터는 관광객으로 많이 복잡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낯선 경험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모처럼 만에 아내와의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나는 너를 위해 있고 너는 나를 위해 있으니 우리가 되는 것” 이라는 교훈도 깊이 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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