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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정체성(正體性)에 관하여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2/05/31 [09:20]

충청도의 정체성(正體性)에 관하여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입력 : 2022/05/31 [09:20]

  

 

한반도의 지형을 보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높은 산세와 산악을 형성하면서 농토가 귀해지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산지가 낮아지면서 농지가 점점 늘어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기온 차이도 남하할수록 온화해지는 현상도 체감할 수 있다.

 

고려태조 왕건은 개성에 도읍을 정하였고 지형상으로 경기도 서북부에 해당한다, 파주에서는 임진강 너머 송악산이 보이기도 하므로 거리상 멀지도 않다. 역성혁명을 일으킨 이성계는 개성의 남쪽으로 새로운 왕 터를 정했다. 한반도 중간 정도에 위치한 개성을 버리고 더 남으로 내려와 한양 땅에 이르렀던 것이다. 산세가 완화되고 농토 폭이 넓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의정부 너머 가평 등 동북부 이북은 해발 1,000미터 이상 고산들이 수두룩 하다. 그러나 서북.서남부 지역은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에 따라 점점 낮아지면서 서해에 이르게 된다.

 

산지가 적고 농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원활한 식량공급과 직결된다. 고대중국에서 농지가 많은 중원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춘추전국시대를 상기하면 도읍지가 점점 남하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한양 땅은 경기도 동북부에서 내려오는 높은 산맥을 북한산이 일단 멈추게 함으로서 경복궁 방어에 용이하였고 서해로 흘러가는 풍부한 수량의 한강이 있어서 물자 운반에도 큰 잇점이 있었던 것이다.

 

한강 이남 평택지역에 이르러서는 산세는 더 작아지고 산보다 더 넓은 면적의 평야가 펼쳐진다. 경기도 경계인 아산부터 충청남도가 시작되는데 더 낮아진 태조산으로 연결되면서 천안(天安)이 자리 잡았고, 공주와 논산, 금산으로 이어지며 동쪽의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룬다. 따라서 충북은 다시 산세가 많아지고 농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충남과는 조금 다른 형국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천안 기점 서북방으로 아산, 예산, 홍성, 태안, 서산, 당진이 펼쳐지고 서남방으로 청양, 부여, 서천으로 연결되면서 적당한 산과 적정한 농지가 조화를 이루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주 공산성, 부여 부소산성 등 백제문화 유적까지를 더하면 한반도 어느 지역보다도 폭넓은 문화유산과 충신열사의 인물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되살아 난다.

 

그렇다면 충청도의 정체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권력의 중심은 항시 도읍이 소재한 지역과 연관지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식량보급이 유리한 지역으로 점점 이동해온 흐름을 보면서, 벼슬을 하거나 벼슬을 추구하는 양반선비들의 처지에서는 가급적 도읍지와 가까운 지역에서 기거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벼슬이후 낙향을 준비하는 고관대작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북쪽 지역이나 경상도 또는 전라도 지역 출신의 선비라고 하더라도, 적당한 산세는 풍수지리와 직결되고 적정한 농지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조건을 가장 충족하는 지역으로서 충청남도 지역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태조산이 버티고 있어서 왕건의 숨결이 서려 있고, 풍세면에 태학산, 광덕면에 광덕산이 있어서 선비들의 학덕을 상징하게 된다.

 

아산의 망경산은 임금이 주재하는 북쪽을 그리워하고 있다. 예산에 봉수산은 풍수지리의 본보기를, 덕숭산은 덕행을 숭상하고 있음을 보더라도 권력의 산실 궁궐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과 들이 풍수지리와 연계되고 식량조달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지역으로서 충청남도 지역은 선비 군자들이 기거하기에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입지 조건은 혈연적 후손들에게도 DNA로 작용되어 개별의 촌락과 여러 가문들을 이루고 그 속에서 충신열사가 배출되었으며 양반 선비들의 성품으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그러한 전통들이 현대정치의 선전선동술, 언론플래이 등 신종 정치공학 현상에 직면하여 혼란을 겪는 경향으로 흐르면서 더욱 충청도는 눈치만 살피는 지역으로 낙인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결론은, 충청인 스스로 전국 어느 지역 보다도 지리적 특성과 고결한 양반선비의 DNA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정치의 난폭성에 대하여 스스로 대응책을 개발함으로서 충청인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할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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