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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보트와 신. 언. 서. 판의 리더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2/05/04 [08:20]

캐스팅 보트와 신. 언. 서. 판의 리더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입력 : 2022/05/04 [08:20]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대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캐스팅 보트’라는 용어가 언론에서 회자된다. 그에 더하여 춘추전국시대에서 다루어졌던 ‘중원’이라는 대명사도 서슴없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충청도를 상징화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기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알맹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수도 서울에 사는 인구 중에 토박이 비율이 무슨 의미가 있고 인천이나 수도권 지역을 보더라도 그 지역 토박이가 무슨 큰 힘을 발휘하고 있겠는가. 토착적 입장을 앞세우는 일부의 세력이 있을 수는 있으나 그 지역 전체를 좌우하는 바람몰이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그런데 유달리 충청도에 포커스를 두고 대선 때마다 언론에서 떠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적 지형으로 보아 허리 부분에 위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영남과 호남을 가르는 지점에 근접한 면도 사실이다. 거기에 덧붙여 특유의 느긋한 성향이 전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충청이 캐스팅 보터가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근거가 미약하다. 언듯 듣기에는 싫지 않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 속내에는 은근한 비하도 내포되어 있다.

 

마치 가부동수에서 최종권한으로 1표를 행사해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대표자 위치의 인상을 주고, 경상도나 전라도처럼 화끈하게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눈치를 봐서 1표를 행사한다는 내숭의 평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우와 같이 충청도 토박이의 영향력 역시도 크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유입된 타 지역의 인구 또는 출향자들이 때만 되면 나타나 생존경쟁에서 더 적극적이어서 목소리도 크고, 연고지역 향우회의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에 그 주도세력들이 정치권력과 결탁을 하게 될 경우에는 진정힌 충청도의 표심은 벗어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다. 민주화 시대가 그 정당성을 보증하는 것이다. 더구나 특유의 느긋한 토박이 충청인의 성품은 이를 더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가 캐스팅보터가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촉진하는 매개체가 따로 있는데 그것은 방송언론이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메이저 방송들은 속성상 권력에 눈높이를 맞추게 되므로 타 지역 출신 또는 특정 출향인사들에게 토박이를 능가하게 만들 수도 있다. 비 토박이들이 충청도 객지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는 태도는 나무랄 일도 아니고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외지인이 현재 주거지 충청도를 사랑하는 정도는 어떠할까 그 점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수구초심의 본성이 작용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여기에 충청도의 딜레마가 있으며, 전통적 성향상 느긋하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캐스팅보터가 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논어 안연편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잡초이다” 란 대목이 나온다. 이 구절을 현대식으로 각색한다면 “방송의 힘은 바람이요, 국민의 힘은 잡초이다” 가 될 수 있다. 메이저 TV에서 방송이라는 바람이 불면 일반 대중들을 잡초처럼 휩쓸린다. 어찌 이러한 현상이 충청도 뿐이겠는가. 어차피 그러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면 기득권 정치권력의 배경이나 유입된 인구의 바람몰이 등을 탈피할 수 있는 충청도만의 특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충신열사와 올곧은 선비문화가 전통으로 자리하여 왔으므로 정치인도 그러한 기본 자질과 현대 정치의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고 키우고 선택해야 한다. 신. 언. 서. 판이 무엇이던가. 과거시험제도에서 성적만 좋다고 모두 높은 관직에 등용시킨다면 그 사람의 깊숙한 인간성은 무엇으로 담보할 수 있겠는가를 우리 충청인들은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자는 일반 지역민보다는 무엇인가 더 높은 탁월함이 있어야만 덕행과 모범, 지역발전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정치제도 하에서 정당공천은 기득권 정치 또는 패거리 정치의 산물에 불과하다. 선거 때만 되면 거대 정당을 앞세워 세몰이를 하면서, 결탁된 언론 바람을 등에 엎고 기만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왕조시대의 관리 선발 기준이었지만, 신(身)은 신체적 조건을 언(言)은 설득력을 서(書)는 지식의 높이를 판(判)은 결단력 등을 과거시험 성적과 별도로 추가 심사했다. 그렇다면 충신열사와 선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정서와 전통을 살려서, 우리 층 청인 들은 이러한 인물을 토박이 중에서 고르고 선택해야 할 명제가 눈앞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그래야 핫바지의 불명예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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