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전직 대통령의 로우태클 리더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2/03/29 [17:16]

전직 대통령의 로우태클 리더십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입력 : 2022/03/29 [17:16]

  

 

 

한국의 근현대사에 있어서 여러 격동기가 있었고 이럴 때마다 걸출한 정치지도자가 출현하여 현재 21세기 한국사회를 이끌어 왔으며 결과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1945년 해방이후 지금까지 이승만을 비롯하여 총 11명 (Others포함)의 최고지도자가 있었으나 각 개인의 역량과 리더십은 당연히 평가가 엇갈린다. 그 중에서 소위 ‘87년체제’를 온 몸으로 막아서며 결론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독특한 리더십에 해당한다. 한편으로 ‘물태우’라는 폄하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대통령직선제를 수용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 평가도 부정할 수 없다.

 

군인출신으로써, 12.12사태의 주역인 전두환과 각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혹독한 후계자 수업을 통과하고 최고지도자가 된 과정은 그 속에 무시할 수 없는 리더십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생존방법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낮은 자세’를 연상케 하는데 이를 ‘로우 태클(Low-tackle)’ 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노태우의 이름은 한자로 泰遇이고 ‘크게 어리석다’는 의미이므로 그 속에는 ‘겸손의 미덕’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겸손해서 욕먹을 일 없고, 최고지도자가 후계자를 미리 키우는 예도 극히 드물다. 로마공화정 종신독재관 카이사르는 제정(帝政)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후계자를 조카 이름으로 유언장에 적고 밀봉하여 신전에 비밀보관 하였다. 카이사르가 원로원에서 암살당한 후 개봉되었는데 그가 결국 로마제정 초대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이다.

 

우리 동양사회에서도 후계문제로 피를 뿌린 사건들은 흔하다. 그러한 전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제5공화국의 전두환정권에서 제2인자로 지목받고서 후계자수업을 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은 어쩌면 피를 말리는 것과도 같았을 것이다. 전두환은 사실상 후계자로 장세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장세동은 충복이었고 항상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노태우를 무시하는 태도도 감추지 않았다. 노태우 역시도 이를 간파하고 장세동을 은근히 견제하면서 용린(龍鱗)을 건드리지 않도록 처신하며 인격적 모욕까지 감내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부의 소위 ‘쓰리 허’ 로부터도 노골적으로 따돌림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격기도 하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최종 후계자 지명에 성공하게 된 사실은 스스로 ‘낮은 자세’의 리더십을 잘 구사한 면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노태우를 말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1987년 ‘6.29선언’이다. 후계자의 입지를 굳힌 노태우는 1985년 2월 집권 민주정의당의 대표위원에 자리하게 된다. 1987년 6월 10일, 전국민의 항쟁이 절정에 이르면서 직선제 개헌을 부르짖게 되자, 전두환은 개헌(改憲)을 수용하면서 노태우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직선제는 표면상 야당의 승리가 뻔하기 때문에 패배할 게임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더구나 노태우의 입장에서는 김대중이나 김영삼을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사면복권을 반대해야 한다. 즉 김대중의 연금상태에서 대선을 기대했지만 전두환의 밀어내기식 위험부담을 알면서 받아들인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결단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노태우 회고록에는 “우리사회의 모든 불행한 사람들에게 까지 인정(仁政)을 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어떻든 나의 재임기간에,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70%를 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라고 술회하고 있다. 로우태클 리더십은 13대 대통령선거에서 ‘보통사람’ 의 케치프레이즈로 빛을 발하였다. 그간 군사정권에 억눌리면서 경험한 권위주의를 국민들에게 탈피하려는 의도로 보이기는 하였으나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는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타계하는 날까지 자신의 과오에 대하여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재임기간 튀지 않았던 영부인 김옥숙 여사의 조용한 태도 역시 로우태클에 속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