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가 끝나는 순간 청와대 정문이 개방 신호와 함께 문이 열렸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2명의 대통령이 거쳐 간 청와대는 74년 만에 개방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청와대 정문 앞에 모여든 시민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개방 첫날의 빗장이 풀리는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푼 모습이었다. 청와대를 찾은 사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주로 중년의 나잇대가 대부분이었지만 20~30대부터 10대까지 다양했다.
지금은 청와대 방문은 관람신청을 한 사람 중 당첨자에 한해 입장이 허용됐다. 개방 첫날 청와대 입장이 허용된 시민은 2만6000명이다. 청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은 청와대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현장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첫 날은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는 순간 박수 소리와 함께 74인의 국민 대표단이 가장 먼저 청와대를 입장했고, 뒤이어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시민들이 들어갔다.
청와대 본관은 물론, 영빈관, 상춘재, 대통령 관저, 여민관 등을 모두 둘러 볼 수 있었다. 청와대 본관 앞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와대는 개방 후 연일 정문, 영빈문, 춘추문 등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관람객으로 온 종일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인근 상권들도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현재는 11~21일 매일 오전 7시~오후 7시 2시간 별로 6차례에 걸쳐, 회차별 6500명씩 사전예약 당첨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 30여만 장의 기와를 한장 한장 구워서 한식 건물 양식으로 지은 청와대 본관, 역대 대통령들이 외빈 접객 장소로 쓰던 상춘재,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서울시 문화재인 '오운정' 등 볼거리가 풍성한 25만3505㎡의 청와대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못지않은 서울의 최고 관광 명소가 됐다.
매일 3만9000명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은 기존의 청와대 관람 동선에 있던 본관, 영빈관, 녹지원 외에도 관저, 침류각 등을 볼 수 있다. ‘청와대 불상’, ‘미남불’ 등으로 불린 보물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오운정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건물의 내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권역 전체를 관람하는 데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고 있다. 개방된 청와대 경내는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고, 새가 날아든다. 경내에는 180여 종의 나무 5만여 그루가 심겨 있다.
수궁터에 자리한 740여년 된 주목(朱木)은 최고참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붉고 심재도 붉어져 ‘붉을 주’자를 쓴다. 청와대 온실에는 철마다 바꿔 심을 꽃과 분재로 가득하다.
가을이면 춘추관과 가까운 녹지원 초입에 코스모스가 피어 장관을 이룬다. 청와대 관저에서 백악산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골프를 할 때 티샷이 떨어질 만 한 거리의 속칭 경내 미니 골프장도 있다.
청와대 개방으로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인 백악산(북악산),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앞길인 세종대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중심축을 도보로 갈 수 있게 트였다.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는 이승만 대통령 이래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ㆍ거주 공간이었으나 이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북악산과 옛 궁궐, 성곽까지 어우러진 도심 명소로 개방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자부심과 국가 품격에도 큰 플러스 효과를 안겨줬다. 대통령의 옛 별장으로 쓰이다가 2003년 개방된 충북의 청남대도 관람객이 연간 80만 명을 넘고 있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일부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을 계획했지만, 경호 안보상 이유로 무산됐다. 윤 대통령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실행에 옮겼다. 권력자들의 산책길이었던 경내를 걸으며 시민들은 감개무량함을 만끽했다.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과 괴리된 국정운영을 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은 국민 발길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청와대 개방을 놓고 정치적 흠집내기를 해선 안 된다.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 폐쇄에 안주한 불통 지도자들의 안식처였던 청와대 개방에 국민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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