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조영남의 '호밀밭의 파수꾼'무죄!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기사입력 2020/07/02 [09:26]

조영남의 '호밀밭의 파수꾼'무죄!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입력 : 2020/07/02 [09:26]

  

  © 편집부

 

노래도 잘 부르고 그림도 잘 그리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풍부한 우리 고장 충남 예산(삽교) 출신, 가수이자 화가 조영남(75)은 국내는 물론 '2019 달성 100대 피아노 페스티벌'에 '쎄시봉'으로 출연해 무대를 꾸몄고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세계적인 연예인으로 활발한 활동해 왔던 유명인이다.

 

조영남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검찰은 조영남씨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대작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거쳐 17명에게 총 21점을 팔아 1억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1심은 조영남의 사기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인 항고심에서는 "피고인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참고인 진술은 주관적 견해에 불과해 그것만으로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조영남 씨는 항소심을 뒤집고 25일 대법원이 4년만에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화투를 소재로 한 조 씨의 작품은 조 씨 고유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고 조수 작가는 미술계의 관행인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은 조씨의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지난달 28일 공개변론을 열어 검찰과 조씨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예술계 관계자들의 폭넓은 의견도 들은바 있다. 조씨 측도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미술계에 흔한 관행이기 때문에 작품을 거래할 때 적극적으로 고지할 사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씨는 공개변론 중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그랬는데 제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며 울먹여 재판정을 숙연케 했다. 대법원은 "대리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 측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형법을 명문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았다. 또 재판부는 구매자들은 '조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그림을 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위작 시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구매자들이 조 씨의 작품을 조씨가 직접 그린 '친작'으로 착오해 산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가 이번 조 씨의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 사기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에 검찰의 상고 이유는 공소 사실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 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문제 된 것은 아니다"라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처럼 예술에 대한 인식 차이가 송사로 번진 일은 외국에서도 있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화가 휘슬러와 평론가 존 러스킨이 명예훼손 소송을 벌였다. 러스킨의 변호인은 “이틀 만에 그린 그림에 200기니(옛 영국 화폐단위)나 받는 게 공정하느냐”고 휘슬러를 비난했다.

 

당시 아카데미 화가들은 수개월간 역사화 한 편을 그리곤 했다. 휘슬러는 “손으로 그린 시간이 아닌 일생에 거쳐 깨달은 지식의 가치에 매긴 값”이라고 응수했다. 휘슬러는 승소한 일이 있다.

 

또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 ‘천지창조’란 세계 최대의 벽화는 미켈란젤로가 천장에 매달려 눈과 목과 허리를 상해가며 완성한 걸작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벽화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과정에서 여러 명이 협업해 그린 사실이 확인됐다.

 

조씨는 4년 만에 사기 혐의에서 벗어났으니, 얼마나 후련할까?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 그가 현대미술에 대한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송사에 휘말려 방송 출연도 어려워진 그가 그동안 직접 쓴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이란 신작을 기대해 보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