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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앨빈토플러의 걱정

소망초등학교 교장 유영덕

편집부 | 기사입력 2017/07/28 [11:06]

[기고] 앨빈토플러의 걱정

소망초등학교 교장 유영덕

편집부 | 입력 : 2017/07/28 [11:06]
▲    소망초등학교 교장 유영덕
“유교장! 책을 보니 엘빈토플러라는 사람이, 한국학생들은 매일 15시간이상 쓸모없는 지식을 얻기 위해 시간을 낭비한다던데 진짜 그런 거여?”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어느 모임에서 내게 던진 말이다. 30여년을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왔기에, 달갑지는 않은 말이었지만 아니라고 하지 못했다. 달갑지 않다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뼈아프다고 충고를 외면할 수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한국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셨던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그는 현존하는 직업의65%가 얼마 안가서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 한다는 걱정은 오히려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학교교육의 문제를 포함한다 해도, 교육제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자와 학부모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마음이 급한 학부모는 오늘도 사교육을 기웃거린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걱정 속에서, 학생들은 오늘도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낮보다 더 뜨거운 밤을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그가 말한 ‘장래에 쓰지 않을 지식들’은,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과 취직의 바로미터로 활용되고 있다. 때로는 상식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지식 재생산에 쓰고 있으니 우리는 그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소모적 경쟁들이, 그의 눈에는 한국교육의 대표적 모습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한국교육은, 여전히 밤 11시까지 학생들을 공부로 붙들고 있다. 학생의 개성과 취향에 관계없이, 입시와 취업을 위해서 별의별 지식을 쓸어 담고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가 예견한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순간에 직업이 없어지고 지식이 새로 생겨나도, 수용하고 대응해야만 한다. 방과 후 교육이 그렇고, 자유학기제 또한 효과가 확인된 몸짓이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진화의 조각으로 보아야 한다. 문제의 진단을 누가했든, 처방의 책임은 이 땅에서 이 시대를 살아내는 자들의 몫이지 않는가. 우리교육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부르는 손짓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게재에, 정상적 초 중등교육에 대한 애정을 당부하고 싶다. 과열된 입시경쟁은 나 또한 걱정이지만, 교육과정 속의 쓸데없는 지식이란 없다. 과거에 배운 지식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은 없다면, 필요하지 않은 지식 또한 없는 것이다. 가수를 하지 않더라도 음악공부는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식이 미래에 쓸모없고, 현존하는 직업이 곧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들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한국 학생들을 간절하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

학교교육은, 교육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체험과 경험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또한 학교생활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행복추구의 과정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엘빈의 걱정을 부풀려, 학교교육을 불신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엘빈토플러가 문제덩어리라는 한국교육은, 같은 나라에서 동 시대를 살았던 오바마가 부러워했던 바로 그 교육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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