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KT노조 탈퇴와 민주노총

편집부 | 기사입력 2009/07/24 [14:57]

KT노조 탈퇴와 민주노총

편집부 | 입력 : 2009/07/24 [14:57]
▲ 임명섭 주필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 노동조합이 지난 17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5%의 압도적 찬성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14년 만에 민주노총과 결별하면서 KT 노조는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상생과 연대의 노동운동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KT노조는 조합원 3만7천여 명으로 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현대자동차(노조원 4만5천여 명), 기아자동차(3만500여 명)에 이어 노조원 수가 세 번째로 큰 조직이다. KT노조는 민주노총 탈퇴를 수년 전부터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돼 온 바 있다. 이번 민노총의 탈퇴로 3만 7천여 명의 KT 조합원을 거느린 정보기술(IT) 산업연맹은 와해의 길로 들어섰다.

 
KT 노조는 앞으로 한국노총이나 제3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 실용노선의 길을 선택했기에 KT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KT 노조의 탈퇴 큰 배경은 민주노총안에 국민파와 중앙파, 좌파 등의 힘겨루기에 한목소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금속노조의 목소리가 워낙 높아 통신노조가 설 땅이 없었다는 것이 골아 터진 셈이다. 그리고 조합원의 권익과 동떨어진 정치투쟁에 대한 반발도 배제할 수 없는 탈퇴 요인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만해도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그랜드힐튼 호텔 등 10여곳의 하부 조직이 민주노총에서 떠났다.

 
다른 한 축 현대차 노조 산하의 정비위원회도 그 배경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하루 앞서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또 판매위원회도 곧 같은 결정을 내릴 계획이어서 낙조가 더 짙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5년 출범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조합 이기주의의 강성 일변도로 달였다.

 
게다가 정치투쟁에 동참해 많은 조합원을 실망시켰고 국민들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60여만명 조합원 가운데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큰 조직인 3개사 노조원이 10만여 명에 이르는 만큼 노동계의 지각변동이 일 것 같다. 점차 민주노총은 대외적으로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에 낙조(落照)가 깃드는 것도 자업자득이다. 특히 올 들어 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그 비행의 은폐를 시도한 사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의 노조 본연의 업무를 제쳐놓고 정치투쟁에 일관해 입지를 더 좁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동계들이 한국노총이나 ‘제3 노총’에 가입할 뜻이 없기 때문이다.

 
KT노조 역시 ‘제2 창설’을 지향했기에 국내 노동운동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민노총이 겪는 작금의 사태는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보다 정치 투쟁에 골몰하는 행태에 대한 산하 노조의 거부감이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KT 노조도 민노총의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제 민노총은 소모적인 정파싸움, 헤게모니 투쟁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