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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 두견주와 영랑 아씨를 그리며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해솔문화다큐재단 이사장/안창옥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4/04 [15:51]

면천 두견주와 영랑 아씨를 그리며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해솔문화다큐재단 이사장/안창옥

편집부 | 입력 : 2026/04/04 [15:51]

 

나의 고향 면천의 봄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일찍 진달래와 함께 찾아왔었다. 그 기억은 단순히 날씨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아미산과 몽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꽃과 안샘의 샘물로 빚어 내는 국가 무형유산 두견주 때문이다. 꽃이 술이 되고, 술이 이야기가 되는 곳 나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매년 4월이 되자마자 면천에서 진달래 축제가 열렸는데, 금년에도 열리는지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두견주와 함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다. 면천 사람들에게 진달래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꽃이 아니다.

 

두견화라고도 불리는 이 꽃에는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 딸 영랑의 지극한 효심이 함께한다고 들었다.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중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꽃을 따서 안샘의 맑은 물로 정성껏 술을 빚으라는 계시를 받은 것이 두견주 탄생 스토리이다. 두견주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정성이 담겨 있는 전설이 된 것이다. 예쁜 유리병에 담긴 두견주는 고향의 맛으로 부족함이 없다.

 

안샘 물을 마시며 자란 면천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매년 4월이면 다시 피어나는 진달래처럼 면천 은행나무 밑에서 만난다. 특히 48회 졸업생들은 졸업기수와 같은 날인 48일에 은행나무 밑에서 만난다. 서울에 사는 동창들 20여 명이 버스를 대절해 온다. 시골에 사는 동창들과 은행나무 밑에서 만나 함께 버스를 타고 수덕사, 예당호 출렁다리, 서해안 바닷가 등을 돌아보았다. 올해가 초등학교 졸업 후 65년이 되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과 안샘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복지겸 장군 묘소가 시골집에서 면천 초등학교로 가는 얕으막한 산에 있는데 매일 그 앞을 지나다녔다. 당시 봉분이 너무 커서 장군묘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기를 이어받았는지 육군 소령으로 11년 동안 군 복무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면천초등학교 담 밖에 있던 안샘물을 6년 동안 마셨는데 그 시원한 물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면천초등학교 교정의 천연기념물인 두 그루 은행나무는 지금도 넓은 그늘을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이 심었다는 말이 전해지는데 1,100년이 되었다. 둥치가 파여 시멘트로 치료를 받고 부목에 의지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은행이 열리는 노익장을 자랑하는 보기 드문 은행나무이다.

 

초등학교 시절 봄이 되면 우리는 몽산으로 진달래를 맞이하러 소풍을 갔고, 겨울에는 토끼몰이로 산토끼를 잡기도 했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기어이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진달래처럼 우리 삶도 모진 풍파를 견디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오늘따라 안샘의 시원한 물 한 모금과 달콤한 두견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것은 정다운 고향의 정취와 부모님을 향한 영랑 아씨의 효성이 지금 나를 있게 한 뿌리임을 되새겨 보게 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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