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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을에 서서

편집부 | 기사입력 2025/09/24 [14:03]

인생의 가을에 서서

편집부 | 입력 : 2025/09/24 [14:03]

 

가을이다. , 여름을 거쳐 가을을 맞아 지금까지 살아온 팔십 평생을 조용히 반추해 본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시를 음미하면서 이제 남은 겨울은 추워서 움츠릴 것이니 하늘나라에서 맞이하면 추위를 조금은 덜 하리라는 소박한 희망을 갖는다.

 

가을은 봄과 여름을 지나야 온다. 봄에 때를 놓치지 않고 씨앗을 뿌려 여름에 잘 가꾸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다. 이는 만고 진리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살았는지 반성해 본다.

 

돌아보면 봄은 서투름이었고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다 때를 놓치기도 하였다. 배우고 익히며 걸음마를 떼던 시절 모든 것이 생소했고 미흡했던 것 같다.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가난했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던 시절이었다.

 

여름은 분주함이었고 치열한 경쟁이었다. 땀 흘려 일하고,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아 키웠다. 직장에서도 중요한 일을 담당하여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격변기에 역사의 한 장면을 증언할 수 있는 몇 가지 특별한 일도 감당했음에 보람을 느낀다.

 

군장교로 철책선을 지켰고, 대간첩작전을 했으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국민 교육에도 참여하였다. 중고등 학교 전교생을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아놓고 2시간 동안 안보 교육을 하기도 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현장에도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광주일보사 새천년을 맞이하는 증언에서 <도발자의 최후와 내란음모의 전말> 수기로 우수상을 받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계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것 같다. 서투른 봄의 발걸음이지만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뜨거운 여름 군 장교 경험, 대학에서 산학협동 개척자로 흘린 땀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로 이 가을에 나는 무엇을 거두어 들일까?”

 

거둘 것이 많지 않지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다. 이룬 것이 세상에 드러낼 만큼 크지 않으나 나름대로 성실하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성실한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가을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빛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비슷한 나이의 어른들이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노욕을 부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안타깝다.

 

대우만 받으려 하고, 남을 가르치려 하는 것도 삼갈 일이다.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하는 현실에서 더 열심히 배워야 할 사람은 어르신 자신들이다. 며칠 전 햄버거 가게에서 카오스크로 주문하는데 헤맨 일도 현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 이유가 있다.

 

과거에, 왕년에 무엇이 어떻고...”란 말은 금기어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것이니 추억으로만 간직하자.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말처럼 침묵하라는 시 앞부분을 옮겨본다.

 

침묵하라

그리고 침묵하라

그래도 침묵하라

 

초목은 침묵으로 전신이 눈에 띈다

기후는 침묵으로 시간을 다스린다

우리는

경청으로 침묵의 설렘을 잔뜩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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