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사의 처우와 교육의 질 – 교육이 진정한 ‘늘봄’이 되기 위해조 영 종(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교육학 박사)
늘봄학교는 학생들의 방과 후 시간을 보다 유익하고 안전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 시행 과정에서 가장 핵심인 ‘사람’, 즉 학생들과 직접 호흡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들의 전문성과 처우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필요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단기 계약직 강사를 수급하는 데 급급하고 있으며, ‘최저 단가’와 ‘구인 용이성’이 강사의 경력이나 교육 역량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강사의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어떤 사람이 아이들 곁에 서 있는가’이다. 불안정한 계약 구조, 낮은 시급, 준비 시간과 교통비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근무 환경 속에서 유능한 인재는 머물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강사들은 자존감을 잃고, 교육의 질은 자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청과 학교가 강사를 단순한 ‘보조 인력’이나 ‘부속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늘봄학교 강사들은 학생 지도에 필요한 사전 정보, 공간, 교내 협력 체계 등의 최소한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또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강사들에게 교육적 책임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제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늘봄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첫째, 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경력과 역량에 따른 임금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현재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순회강사 채용이 강사에 대한 처우와 재정 운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시스템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강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청 주관의 정기적인 연수와 네트워크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처우 개선과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시급 외에도 교통비, 준비 시간, 회의 참석 등에 대한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고, 교육 공간 및 자료 활용에 있어 학교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강사가 자긍심을 가지고 아이들 곁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강사를 교육 파트너로 존중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강사를 단지 행정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관리자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연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모두가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선생님들이라는 점이다.
넷째, 정기적인 현장 모니터링과 피드백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강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실질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현장의 강사들은 어떤 문제나 궁금증이 있을 때 어디로 누구에게 문의 해야하는지 안내받은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늘봄’이 진정한 교육의 봄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삶도 함께 따뜻해져야 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강사를 소모품이 아닌 교육자, 파트너로 존중할 때, 그들이 맡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돌봄’을 넘어,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진정한 교육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정책, 신뢰받는 교육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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