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고 있는 지구…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보호 힘써야!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난해로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선언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구 열대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수산물의 영향이 크다.
농산물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이제 기후 위기라는 불청객이 농식품 분야의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하던 ‘한국 날씨의 동남아화’가 머지않았다, 최근 국내농업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속적인 기후변화로 급변하고 있다.
주요 농작물의 재배 적지가 변하는 것은 물론,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생산 감소는 물론 출하 시기 등 농산물 유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농작물 재배 적지가 점차 북상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 농업생태계가 아열대나 열대로 침식당하고 있는 등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주식인 열대작물인 벼는 온도가 높아지면 재배 가능지역이 확대되지만, 현재보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기후변화로 벼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작물의 재배 적지가 이동하고, 잦은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로 농민들 애를 태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엔 농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벼농사는 기후변화에 따라 기온이 높아지면서 재배 지대가 조생종은 중생종으로, 중생종은 만생종으로 바꿔야 한다.
농진청은 온도가 상승해 현재의 재배 시기가 유지된다고 해도, 쌀 생산량은 고온 때문에 20~30%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보리농사 역시 재배 한계지가 북상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을보리의 경우 재배한계선이 해안선을 따라 경기 수원, 충북 충주까지 올라왔다.
해안은 겨울이 내륙보다 덜 춥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소인 올여름 배추 값이 폭등한 것도, 올가을 마트에서 전어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도 모두 폭염과 폭우로 인한 변화의 예고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50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토종 사과를 맛보기란 어려울 것 같다.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70년대에 국내 과일 재배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앞으로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이며 고품질의 포도 또한 재배 가능한 지역이 급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위와 해충에 덜 취약한 여름 배추 종자를 개발하고, 기술을 보완해 비교적 생산이 잘되는 봄배추를 오래 저장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파파야, 용과, 올리브 등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때문에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원예작물이 남해안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제주 명물인 한라봉이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 등지에서, 월동 배추는 전남 해남지역에서, 겨울 감자가 전북 김제에서 재배 적지가 북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산물의 구조적 전환은 이미 진행형이여 재배 작물 전환에 길을 터주는 것이 정부의 남은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농업 정책을 설계해도 최전선에 나가 있는 농가들이 따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기후변화로 사과·배는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꽃이 완전히 필 때까지의 소요 일수도 짧아지고 있다.
기온이 상승할수록 생산량도 감소하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못난이 납작 사과의 생산이 증가하고, 착색도 불량해져 품질 저하가 예상된다. 감귤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2℃ 올라가면 재배 지역은 해발 200m 이하 해안이나, 평지에서 250~350m 중간지 및 산지로 바꿔야 한다.
사과와 복숭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지는 경북에서 충북, 강원으로 북상하고 있다. 감귤 재배 적지 역시 경기, 충남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인 먹을거리의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농민들은 너나없이 날씨 탓에 농사짓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런 위기에 대응해 그동안 기후변화 적응? 완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보급 사업을 추진했으나 현장 적용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2090년까지 사과와 배의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모두 빠르게 줄어들고, 21세기 말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진청은 주요 과수 작물 외에 인삼, 당귀, 천궁 등 약용작물과 마늘, 양파, 참다래, 고추 등 다양한 작물에 대한 재배지 변동예측 지도를 새로 제작해 추가할 예정이다. 세계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기온이 높아진 한반도 인근 바다 온도로 어종 지도 역시 바꿔야 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확과 어획량 감소는 장바구니 물가와 가계 식탁을 위협할 것이다. 명태와 오징어가 동해에서 이미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 난류성 어종인 방어와 참다랑어가 등장했다. 삼치 어장도 북상 중이고, 남해안에선 수온이 상승한 바닷물에 정어리 떼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가능한 작물을 도입하고, 재배 기술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난 건강한 음식을 먹지 못하면 결국 그 위험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단순히 날씨가 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건강과 문화까지 위협당하고 있으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보호에 힘써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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