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통해 당선 축하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은 회동하기로 약속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약 12분 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가 이뤄졌다.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런 협력이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1기 재임 동안 한미일 간 협력을 잘 다져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도 있었기 때문이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한미 간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두루 잘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군사 동향을 상호 평가하고, 긴박한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다"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예상 밖 압승으로 한국 보수우파 진영에 경종과 희망을 동시에 던져 줬다.
때문에 진보 사조에 휩쓸려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지나친 소수-약자 숭배와 PC(정치적 올바름, 소수자 비보호 언행 삼가기) 주의 풍조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우리나라도 70% 이상이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해리스를 지지했을 정도였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반감을 많이 샀다. 그런데도 미국 내 여론은 팽팽했다. 선거 당일까지 50-50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우리가 다 놀란 대로다. 왜 이런 승부가 되었을까? 결과적으로 ‘초박빙’ 여론조사와 분석-예측이 틀렸고, 육감으로 찍은 전문가들은 옳았다.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표가 극단적으로 축소 평가되었다. 이해가 안 될 정도다. 해리스는 선(善)이고 트럼프는 악(惡)이라는 공식이 미국 전역을 압도한 가운데 숨어서 침묵하고 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을 간과한 건 여론조사나 언론, 정당, 후보들의 크나큰 패착이었다.
트럼프의 또 하나 결정적 승리는 경제, 이민, 전쟁 등 항목에서 해리스를 땅 짚고 헤엄치듯 따돌렸다. 능력과 소신이 허울 좋은 진보-평등-개방을 이긴 셈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됐다. 미국에서 진보의 거침없던 활보에 제동이 걸리면 세계 다른 나라들도 따라가게 돼 있다.
트럼프의 승리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시대에 이런 거대한 의미를 던져 줬다. 그동안 우리가 별 문제의식 없이 가져왔던 상식-통념들이 깨지고, 추행이나 희롱으로 죄악시되고 있는 지나친 PC주의도 퇴조의 막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소수와 약자 존중이 우대되고 숭배가 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트럼프의 압승은 일종의 탈 진보이며 세계적 사조가 되고 있던 진보 득세에 대한 역풍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과 함께 국정 업무가 시작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 폐지는 도마에 올랐다. 모두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도 대상이여 비상이다.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여기에다 대미 무역흑자가 1∼9월에도 399억 달러에 이른 만큼 언제 노골적인 통상 압력 타깃이 올지 모른다. 다행히 한국 경제는 트럼프 1기 4년간 코스피가 50% 오를 만큼 무사히 넘겼다. 트럼프의 대중 반도체 장비 금수 조치 덕분에 삼성전자는 2017∼2018년 110조 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화웨이까지 제재당하면서 스마트폰 분야도 한숨을 돌렸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디리스킹’을 넘어 중국을 아예 공급망에서 분리하는 ‘디커플링’을 내세운다. 물론 리스크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재정적자 확대→미 국채금리 상승→강달러→원화 가치 급락의 악순환도 부를 수 있다.
이미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뚫었고 시중금리도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1기를 잘 넘겨왔듯이 우리도 2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때문에 한국 기업과 정부의 역량에 달렸다. 이제 트럼프의 귀환은 현실이 됐다.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나 전통적 동맹 논리는 통하지 않게 됐다.
제2기에 더 노골화될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적으로 높은 관세와 보호무역이 핵심이다. 우리 경제도 트럼프 노믹스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수출 위축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2기’는 더 독한 보호무역주의, 더 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지도 모른다.
당장 10∼20% 보편 관세와 중국산에 대한 60% 관세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 유럽과 더불어 자주국방을 위해 값비싼 외교·안보 비용도 각오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미국발(發) 초겨울 경제 냉기가 몰아닥치고 있는 분위기다. 알고 있는 위기는 진정한 위기가 아니라지만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위기는 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미군의 인명피해 규모는 ‘전사 3만 6,000여 명, 부상 9만 2,000여 명, 실종 및 포로 8,000여 명'이다. 당시 미국은 유엔 참전국 중 가장 많은 178만 9,000여 명을 파병해 13만여 명이 희생하면서 한국을 지켰다. 피로 맺어진 혈맹이란 나라가 아닐까?
미국은 지금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 2만 8,500명가량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자동으로 참전하게 준비됐다. 요즘처럼 북한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동맹이 아닐 수 없어 절대 잊어서 안 되는 혈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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