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87년 체제’ 이후 가장 늦게 개원식을 연 21대 국회(7월16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임기 시작부터 수적 우위를 앞세운 거대 야당의 독주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집권 여당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개원식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문제는 ‘채 상병 특검법’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가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무한 정쟁 속에 사상 초유의 개원식 없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여러 군데에 내 걸었다. 국회는 30일 22대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의정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는 2028년 5월29일까지 향후 4년간의 대한민국의 입법을 책임질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사실상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젊은 부부가 신방을 꾸며 새 살림에 들어 갔으나 결혼식을 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까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2대 국회 개원식이 뒷전으로 밀렸다.
국회의 생일 격인 지난 제헌절(17일)에도 여야는 등을 돌렸다. 오랫동안 지켜온 국회의 소중한 전통을 극한의 대치 정국이 걷어찼다. 이번 국회를 의석수로 분류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171석, 국민의힘이 108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사회민주당 1석, 기본소득당 1석 등으로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헌정사상 가장 ‘초라한’ 의석을 확보한 소수 여당이 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이런 적은 없었다. 그사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고 국회의장도 뽑고 상임위도 가동하고 있지만 개원식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축제는커녕 마주 앉기조차 버거우니. 협치는 실종되고 타협은 사라지고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내렸다. 개원식은 말 그대로 새로운 국회 임기를 기념하는 의식이다. 국회 개원식이 법적으로 규정된 행사는 아니지만 반세기 동안 입법부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4년 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지만 제헌절의 상징성을 감안해 그동안은 하루 전날 극적으로 개원식이 열었다. 그럼에도 21대 국회는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사상 최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22대 국회는 그보다도 못한 셈이다.
이처럼 여소야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야 협치가 필수 조건이겠지만, 강대 강 대치로 인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야는 정치 현안에 대한 가파른 대치가 22대 개원과 동시에 이어지고 있어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는 올 스톱 상태다.
그동안 국회 개원식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확정한 후 열었지만, 여야 간 국회 원 구성 협상은 야당 일방적으로 끝났으나 개원식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채 상병 특검법'이 발단이 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가 쐐기를 박았다.
거대 야당은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정권을 뒤흔들려고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소수 여당은 국민적 의혹이 차고 넘치는데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원식을 열자고 촉구하며 여야를 향해 "직무유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한쪽이 일하지 않겠다. 고집을 피운다"고 말했고, 국민의힘은 "원인 제공자가 누군데"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야 원내 사령탑들은 서로 남 탓 공방만 하는 등 답답한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여야의 공멸이 뻔하다. 이런 국회에 민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 책임은 고스란히 여야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표를 던진 정당과 후보에 대해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운영위원장 자리는 헌정사에 여야 합의 없이 한 번도 야당이 가져간 적이 없다”.
“21대 국회 초반기에 민주당이 대통령, 국회의장, 법사위원장까지 하다 보니까 일사천리로 법을 다 통과시키는 바람에 나라가 망가졌다”고 여당은 주장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야당 단독으로 선출하면서 충돌은 거세졌다.
민주당이 상임위 별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을 재추진하거나 입법 청문회를 줄줄이 열고 노골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입법 독주와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재연되면 국민들은 실망시킬 수 밖에 없다. 민생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22대 국회는 개원 후 한 달 가까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제 국회 의사일정도 합의한 만큼 여ㆍ야는 책임감을 갖고 하루빨리 정치 복원에 나서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