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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입 전형 시기를 늦춰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를 돕자!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기사입력 2020/10/06 [11:56]

[기고] 대입 전형 시기를 늦춰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를 돕자!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입력 : 2020/10/06 [11:56]

 

▲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학생들이 오랜만에 학교에 왔다. 코로나 19로 전체 학생 등교가 아닌 3학년과 1학년 만의 등교이지만 학교는 제법 떠들썩해졌다. 이제 고등학교에서는 2학기 1회 고사(중간고사) 시즌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미 한두 주일 후로 시험일정을 안내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고등학교 교장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A학교 교장은 추석 명절을 마치고 돌아온 3학년 학생에게 시험 준비를 많이 했느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 했어요. 저 수시 봐요.” 라고 답을 해 많이 무안해졌다고 했다. 수시 보니까 당연히 수능 준비나 2학기 1회 고사 준비는 안 해도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B학교 교장은 지금 성적으로도수시 합격이 가능한데 뭐하러 공부를 더 하느냐는 반문도 들었다고 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재학생의 수시전형에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C학교 교장은 고등학교는 대학가기 위한 곳이니 대학에 합격하면 그뿐 아니냐는 뉘앙스의 학부모 말도 들었다면서 그럴 때면 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자괴감도 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학년 담당 교사들은 몇몇 집중하는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엎드려 자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과 무관심한 학생, 자는 학생이 뒤섞인 곳이 바로 10월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다. 아마 전국적인 현상일 듯싶다.

 

교원의 한사람으로서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의 과정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되었다.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대학진학이 지상과제인 우리 사회의 학력관 내지 교육관이 바뀌어야겠고, 대학입시 제도 또한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들의 수업방식도 입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보다 학생 친화적인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당장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면, 우선 시급한 한가지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대학입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시전형에서의 성적반영기준을 현행 고교 3학년 1학기 2회 고사까지에서 2학기 1회 고사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의 3학년의 여름방학과 2학기 10월까지는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까지를 포함하여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수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하게 하자는 차원을 넘어, 최소한 그 기간까지는 고등학교 교육목표에 따라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기도 늦춰야 한다. 수능이 현재 매년 113주째 목요일로 정해져 있지만, 올해 코로나 19로 늦춰져 123일에 치뤄지는 만큼 늦게 시행되는 데 따른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내년부터는 수능을 해마다 12월 초에 치르도록 정례화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왜 이런 일들이 이뤄지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필요성이 없거나 못 느껴서였을 것 같지는 않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수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제공해 주는 기관이나, 수능의 출제와 채점을 주관하는 기관, 그리고 대학의 학사일정 등이 맞물려 하던 대로 계속해 왔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던 대로 계속하기에 일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황폐화는 심각한 정도를 넘는다.

 

이 사회의 삐뚤어진 교육관, 왜곡된 학력관, 많이 부족한 대학입시 제도 등에서 비롯된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의 책임을 언제까지 학교와 교사들에게만 짐 지울 생각인지 묻고 싶다.(충남고등학교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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